나는 알약을 잘 삼키지 못한다. 처음으로 정상적인 크기의 알약을 삼켜본 것이 대학교 2학년 때인가, 그 전에는 전혀 삼키지 못해서 빻아먹거나 씹어먹거나 캡슐을 분리해서 숟가락에 담아 먹거나(나중에는 귀찮아서 고개를 젖히고 입 언저리에서 열어 먹었다) 하는 식이었다. 가루약이나 시럽을 받아 오게 되면 안도하고, 크고 딱딱해서 잘 씹히지도 않는 녀석이 들어 있으면 그야말로 끔찍했다. 지금도 타이레놀 정도보다 큰 알약은 가끔씩 잘 안 넘어갈 때가 있다.
알약을 못 삼키면 저능아가 된 기분이다. 약 먹는 게 뭐 그리 어려운가?
1) 약을 입에 넣는다 2) 물을 한 모금 머금는다 3) 함께 꿀떡 삼킨다 4) 참 잘했어요!
약에 통달한 사람들은 2)를 생략하고 약만 삼키기도 한다. 근데 나는 물을 아무리 많이 머금어도, 아니면 삼키기 적당한 양을 가늠해서 살짝만 머금고 있어도, 도무지 그 '꿀떡' 부분이 안 되는 것이다. 입에 머금은 물 속, 혀뿌리 근처에서 약이 데굴데굴 굴러다니기만 하고 나는 마치 뇌의 특정한 기능을 상실한 것처럼 입 속 내용물을 삼키지 못한다. 아마도 약이 넘어가다가 도중에 식도에 걸리거나 기도로 넘어가서 사레가 걸리거나 했을 때의 고통을 몸이 미리 두려워하며 삼키지 못하도록 하는 게 아닐까. 아무튼 한번 몸이 연하嚥下를 거부하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. 물론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은 많다.
1) 고개를 뒤로 45도 젖힌다 2) 혀로 톡톡 튕겨 알약을 뒤쪽으로 조금씩 보낸다 3) 볼살을 어금니 사이로 쪽 빨아들여 2)의 과정을 돕는다 4) 한 번에 삼키기에는 입 안에 물이 너무 많은 것을 느끼고 그 중 일부를 미리 삼킨다 5) 자신에게 명령을 내린다 "삼켜. 삼키자. 삼킬 수 있어. 삼켜! 삼켜!" 6) 이번에도 물만 삼켰다는 것을 확인하고 물을 한 모금 더 머금은 뒤 1)부터 다시
캡슐일 경우가 특히 더 심하다. 빌어먹을 캡슐은 미묘하게 가벼워서 물 위에 둥둥 뜨는데다가 조금만 머금고 있으면 캡슐이 너덜너덜해지면서 기분나쁜 맛이 퍼져나온다. 아무튼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고 나면 아래턱이 얼얼해지고 가슴 속 어딘가에서부터 참을 수 없이 짜증스러운 좌절감이 몰려온다. 방금도 왠지 항생제를 삼키 못해서 씹어먹어버렸다. 한 번 발동 걸리면 좀 오래 갈 때가 있어서 좋지 않은데 말야.
다른 얘기지만 침 삼키는 것을 의식하게 되어서 한동안 성가신 적도 있었다. 왜 누군가가 자신이 어떻게 걷는지를 의식하게 된 이후로 한발짝도 내딛지 못했다는 이야기나, 아니면 눈을 깜빡이지 말아야지라고 마음을 먹으면 왠지 더 깜빡이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게 되는 경우 있잖은가. 평소에는 침 삼키는 걸 의식도 못하지만, 중학교 때였나 고등학교 때였나 어쩐지 별 계기 없이 내가 침을 삼키는 행위를 굉장히 의식하게 되었다. 그래서 그 뒤로 한 동안 몹시 자주 삼켰을 뿐만 아니라 한 번 삼킬 때마다 짝사랑해오던 미녀한테 오늘은 고백해야지 마음먹고 나왔는데 만나자마자 친한 오빠랑 놀러 가기로 했다고 금방 가야 된다면서 그래서 무슨 일인데, 라고 그녀가 물어왔을 때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일단 침을 꿀꺽 삼키는 것처럼 제대로 침을 꿀꺽 삼키게 되는 것이었다. 자려고 누웠을 때도 계속 침을 열심히 삼켜대다보니 잠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꽤 긴 기간 동안 번거로운 일이었다. 그러다가 마찬가지로 별 계기 없이 이 버릇이 없어져버렸다. 아마 잊어버린 거겠지. 근데 이 글 쓰다보니까 어쩐지 그때 생각이 나서 몇 번 침을 꿀꺽 삼키고 나니 다시 그 버릇이 도진 것 같다 이제 침 삼킬 때마다 의식하게 돼 아우 씨발
약에 통달한 사람들은 2)를 생략하고 약만 삼키기도 한다. 근데 나는 물을 아무리 많이 머금어도, 아니면 삼키기 적당한 양을 가늠해서 살짝만 머금고 있어도, 도무지 그 '꿀떡' 부분이 안 되는 것이다. 입에 머금은 물 속, 혀뿌리 근처에서 약이 데굴데굴 굴러다니기만 하고 나는 마치 뇌의 특정한 기능을 상실한 것처럼 입 속 내용물을 삼키지 못한다. 아마도 약이 넘어가다가 도중에 식도에 걸리거나 기도로 넘어가서 사레가 걸리거나 했을 때의 고통을 몸이 미리 두려워하며 삼키지 못하도록 하는 게 아닐까. 아무튼 한번 몸이 연하嚥下를 거부하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. 물론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은 많다.
1) 고개를 뒤로 45도 젖힌다 2) 혀로 톡톡 튕겨 알약을 뒤쪽으로 조금씩 보낸다 3) 볼살을 어금니 사이로 쪽 빨아들여 2)의 과정을 돕는다 4) 한 번에 삼키기에는 입 안에 물이 너무 많은 것을 느끼고 그 중 일부를 미리 삼킨다 5) 자신에게 명령을 내린다 "삼켜. 삼키자. 삼킬 수 있어. 삼켜! 삼켜!" 6) 이번에도 물만 삼켰다는 것을 확인하고 물을 한 모금 더 머금은 뒤 1)부터 다시
캡슐일 경우가 특히 더 심하다. 빌어먹을 캡슐은 미묘하게 가벼워서 물 위에 둥둥 뜨는데다가 조금만 머금고 있으면 캡슐이 너덜너덜해지면서 기분나쁜 맛이 퍼져나온다. 아무튼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고 나면 아래턱이 얼얼해지고 가슴 속 어딘가에서부터 참을 수 없이 짜증스러운 좌절감이 몰려온다. 방금도 왠지 항생제를 삼키 못해서 씹어먹어버렸다. 한 번 발동 걸리면 좀 오래 갈 때가 있어서 좋지 않은데 말야.
다른 얘기지만 침 삼키는 것을 의식하게 되어서 한동안 성가신 적도 있었다. 왜 누군가가 자신이 어떻게 걷는지를 의식하게 된 이후로 한발짝도 내딛지 못했다는 이야기나, 아니면 눈을 깜빡이지 말아야지라고 마음을 먹으면 왠지 더 깜빡이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게 되는 경우 있잖은가. 평소에는 침 삼키는 걸 의식도 못하지만, 중학교 때였나 고등학교 때였나 어쩐지 별 계기 없이 내가 침을 삼키는 행위를 굉장히 의식하게 되었다. 그래서 그 뒤로 한 동안 몹시 자주 삼켰을 뿐만 아니라 한 번 삼킬 때마다 짝사랑해오던 미녀한테 오늘은 고백해야지 마음먹고 나왔는데 만나자마자 친한 오빠랑 놀러 가기로 했다고 금방 가야 된다면서 그래서 무슨 일인데, 라고 그녀가 물어왔을 때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일단 침을 꿀꺽 삼키는 것처럼 제대로 침을 꿀꺽 삼키게 되는 것이었다. 자려고 누웠을 때도 계속 침을 열심히 삼켜대다보니 잠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꽤 긴 기간 동안 번거로운 일이었다. 그러다가 마찬가지로 별 계기 없이 이 버릇이 없어져버렸다. 아마 잊어버린 거겠지. 근데 이 글 쓰다보니까 어쩐지 그때 생각이 나서 몇 번 침을 꿀꺽 삼키고 나니 다시 그 버릇이 도진 것 같다 이제 침 삼킬 때마다 의식하게 돼 아우 씨발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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